기억의 재구성

2008. 12. 16. 18:10
  이전 글에서 기억의 네 번째 단계인 재고정화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유전자의 기능을 방해하면 그 기억은 뇌에서 사라진다는 것처럼 기억은 불안정하다. 그러나 정확한 동작 원인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이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강봉균 교수님이 2008년 해답을 제시하였다.

  기억을 떠올릴 때 기억을 부호화하며 강화되었던 시냅스가 특수단백질분해과정(ubiquitin-proteasome system)을 통해 허물어지고 기억을 재구성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을 밝혀냈다.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시냅스의 단백질 분해가 증가되어 시냅스를 허물어뜨리게 되고 기억은 재구성될 수 있는 상태로 된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기억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명확하게 밝혀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응용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머리 속에 기억하는 것 만큼이나, 안정적으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재고정화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반복적으로 학습해서 외우는 것은 고정하는 과정일 뿐 아니라, 재고정화를 통해 계속 떠올리며 그 시냅스 구성을 강화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럼, 기분 나쁜 기억을 떠올려 곱씹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나쁜 기억이 활성화되고, 그리고 나서 화나는 기분까지 더해진 후, 기억이 재구성되지 않을까 한다.

  한편 기억은 재구성 될 수 있다. 물론 사실을 재구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출생 신고가 늦어서 이를 변경하려고 해도, 출생 증명서 및 연령 감정서를 준비해서 법원의 허가를 받을 정도로, 사실은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를 머리 속에서 바꿔버린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재구성되면 좋은 것이 있기도 하다. 바로, 감정이다. 감정은 어느 정도 공통된 부분도 있지만, 개인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그리고 사건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감정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는 살다 보면 가끔 '아하~' 하면서 통찰이 일어날 때가 있다. 상대가 이해되거나, 내가 수용되면 이럴 수 있다. 이렇게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사건에 대한 감정적 기억이 달라지게 되고, 사건을 떠올려도 전처럼 괴롭지 않게 되는 때가 오게 된다. 이런 변화가 감정에 대한 기억이 재구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감정적 기억'과 '통찰'이라는 다른 차원의 요소가 섞여 있다. 이는 나중에 스트레스를 다룰 때 감정 기억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 와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frontal lobe) 를 같이 다루면서 이야기할 것이다. 

  과거의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여러 복잡한 문제를 만들수도 있지만,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감정을 바꾸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이롭다. 나중에 더 얘기하겠지만 스트레스는 해마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스트레스는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와 연관이 되는데, 사건에 대한 감정적인 기억을 다르게 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도 덜 받고, 스트레스로부터 해마를 파괴시키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더불어,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감정적인 기억의 특징과, 감정적인 기억의 변화를 통해 가져올 이득들에 대해서 앞으로 계속 써나갈 생각을 하니 기대된다.
Posted by 마몸

해마에 대하여...

2008. 12. 16. 17:31
  『착각하는 뇌』에서 다룬 해마의 내용을 중심으로 적어본다. 꿈과 관련된 이야기, 세타파와 관련된 이야기, 우울증과 관련된 이야기, 재기억과 관련된 이야기를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방법과 지침을 알려주진 않지만, 기억력과 관계되는 이야기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근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전 글에서 해마가 장기 기억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깊은 잠을 잘 때 해마가 대뇌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얕은 잠을 잘 때 꿈을 꾸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조합하고, 깊은 잠을 잘 때 정보를 압축해서 전달한다. 여기서 적절한 수면이 기억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흥미가 느껴질 때 뇌에서는 세타파가 나온다고 한다. 이 세타파는 뇌를 감수성이 풍부한 상태로 만들어주는데, 이 세타파는 해마에서 나온다. 뇌의 다른 부위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될 때 해마에서 세타파를 방출하는 것으로 보아, 해마 단독으로 세타파를 만든다는 볼 수는 없다. 세타파가 방출되는 상황이 시냅스가 효율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자극 상황이 된다. 즉, 뇌가 감수성이 풍부한 상태에서는 세타파가 방출되어 시냅스가 효율적으로 변화될 수 있게 되고, 기억을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뇌과학 전공 학생이 말하길 '세타파 상태에서 외운 것은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고 했다. 호기심과 긴장으로 새로운 여행지에 첫 발을 내딛을 때만큼 뇌가 활성화 된 상태로 외우면 좋겠지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공부는 그렇지 못하기에 아쉽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학습 능력 향상에 대해서는 '학습동기', '공부방법', '시간관리' 라는 측면으로 바라볼 것이다.

  이제 우울증을 살펴본다. '우울증 치료제'로 '프로작'이라는 약이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뇌 속에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한데, 이 약을 통해 세로토닌을 많게 하는 것이다. 프로작이 하는 일은 뇌 속에 세로토닌을 공급해 주는 것이 아니고, 뇌 속의 세로토닌이 흡수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일이다. 신경전달물질이란 것은 뉴런 사이에서 화학적으로 정보를 전달한 후, 뉴런이 다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빨리 주변으로 흡수된다. 프로작은 세로토닌의 흡수를 지연시켜 우울을 개선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울증과 해마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우울증 치료제를 투입하면 해마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논문에 근거해서 우울증 치료제가 세로토닌에 영향을 끼치고, 이 영향이 돌고 돌아서 해마의 기능을 바꾸었기 때문에 우울증이 치료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해마의 기능을 높일 수 있다면, 기억 뿐 아니라 우울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나중에 스트레스와 관련해서 살펴보겠지만, 거꾸로 우울에 걸린 사람의 해마가 작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달라진 현재 상황을 더 이상 머리 속에 넣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추측도 하게 된다. 나중에 좀 더 근거를 대면서 이야기하면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기억의 과정에 대해서 살펴본다. 기억을 해낸다는 것은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단계로 되어 있다. 머리 속에 집어 넣는 과정(획득), 잊어버리지 않게 반복해서 외우는 과정(고정), 외운 내용을 꺼내는 과정(재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리가 많은 시간을 쏟는 부분이 아마 '고정'일 것이다. 영어 단어를 외웠는데 떠오르지 않는 상황은 '고정'이 안 되었을 수도 있지만, '재생'이 되지 않아서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2000년 기억의 네 번째 단계라는 놀라운 연구가 발표되었다. 기억의 네 번째 단계는 '재고정화'라고 한다. 기억을 재생하는 중에 유전자의 작용을 방해하게 되면, 재생된 기억은 이후에 뇌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즉, 기억을 저장하는 것 만큼이나 재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호하게 기억을 재생할 경우 정확한 기억까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 때 해마는 뇌의 기억을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기억을 고정하는 부분에 관여한다. 이런 재고정화의 특성을 거꾸로 이용할 수 있다. 뇌에 저장된 기억을 약물을 통해 지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기억의 재고정화에 대한 최신 연구를 다음 글에서 알아본다.
Posted by 마몸
   살아가면서 기억력은 여러 가지로 필요하다. 공부할 때 필요하고, 전문 기술을 습득하는데 필요하고, 사회 생활을 하는데 필요하다. 각기 필요한 기억의 종류는 조금씩 다르다. 공부할 때에는 암기나 정보를 체계화 하는게 중요할 테고, 전문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는 배운 것을 여러 상황에 적용하고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 생활에서는 단순한 기억부터 복잡하고 체계적인 기억까지 골고루 필요하다. 요새 같이 평생 교육의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하니 기억할 것들이 점점 많아지게 된다.

  '기억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울 수 있을까?' 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뇌에 기억이 저장되는 방법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뇌에 관한 연구는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계속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가 다 맞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기억에는 몇십 초간 유지되는 단기 기억과 평생 남기도 하는 장기 기억이 있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의 전화번호를 듣고 그 자리에서 핸드폰에 입력할 때에는 단기 기억을 사용한다. 좀 있으면 전화번호는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며칠 뒤에 그 친구에게 연락할 일이 생겼을 때 '만나서 전화번호를 듣고 그 자리에서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지' 하고 핸드폰을 뒤적이거나 곧바로 전화번호가 떠오른 다면 이는 장기 기억에 저장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서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기억되는 것일까?

  장기 기억에는 변연계(limbic system)가 관여한다. 변연계는 시상하부(hypothalamus), 편도(amygdala), 해마(hippocampus)로 이루어져 있다. 자세하게 용어를 나열하는 이유는 나중에 스트레스 관련된 글에서도 변연계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우선 시상하부는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인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편도는 감정적 기억에 관여하고, 특히 공포 기억을 관장한다. 해마는 3세 이후에 발달하고 편도는 태어나면서 부터 발달한다. 그래서 3세 이전에 놀랜 것은 편도에 무의식적으로 공포로 남아있게 된다. 해마가 이야기나 정보와 같은 사실적인 내용의 기억을 담당한다면, 편도는 감정이나 분위기 같은 것의 기억을 관장한다.

  마지막으로 해마가 없는 사람의 예시를 보면서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1953년 간질병을 앓던 한 환자는 해마와 측두엽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통해 간질병은 없어졌지만, 기억 기능에 손상이 생겼다. 이 환자를 대상으로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한 결과, 환자는 순간적으로는 기억할 수 있지만, 다음 번에 연구자를 만날 때에는 기억을 떠올릴 수 없었다. 즉,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이었다. 수술 이전의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도 있었고, 자전거 타는 법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수술 이전의 기억은 살아 있었다. 이를 통해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는 장소는 아니지만, 장기 기억으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한 번에 '단기기억과 장기기억', '『착각하는 뇌』에 소개된 해마', '강봉균 교수님의 연구 결과' 를 쓰려고 했는데, 벅차다. 하나씩 나눠서 쓰는 게 좋겠다. 벌써 새벽 4시... 다시 생활 리듬이 깨지기 시작하는 건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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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기억력이 나빠진 경우 기억력 회복하기' 연재 시작  (0) 2008.12.14
Posted by 마몸
  '스트레스로 기억력이 나빠진 경우 기억력 회복하기' 에 관한 글을 연재해 보려고 한다. 새로운 마음으로 블로그를 열었는데 좀처럼 포스팅할 시간이 나질 않아서 짤막하게 여러번 쓰는게 낫겠다. 기억의 특성과 기억의 원리에 관한 최신 연구들을 살펴보면서, 중간중간 스트레스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스트레스에 대해서 다각도로 알아볼 것이다. 덧붙여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인 MBSR 과 요가 니드라에 대해서 알아보고, 심리학에서 다루는 학습 능력 향상에 관한 주제도 다루어 보려고 한다.

  기억의 특성에서는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가게되는 기본적인 원리를 살펴보고, 기억의 불안정성에 대한 최근 연구에 대한 시사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스트레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 스트레스를 넘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긍정심리학에 대해 살펴보고, 스트레스와 뇌와의 관련성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미국병원에 도입된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에 대해서 소개하고, 이완 프로그램 가운데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한 요가 니드라(Yoga Nidra) 에 대해서 설명할 것이다. 기억력 회복을 통해 꼭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학분야에서 다루는 학습 능력 향상에 관한 주제도 다루어 볼 생각이다.

  머리속에 쓰려고 정리해 둔 내용인데도, 쓰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으... 오늘 기억에 대해서까지 쓰고 싶었는데. 다음번에는 장기 기억으로 가는 과정,『착각하는 뇌』에 나온 해마의 기능, 강봉균 교수님의 연구 결과를 통해 본 시냅스 차원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원리에 대해서 쓸 것이다. 내일을 위해서 일단 꿈나라로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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