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와 보낸 하루~

2009. 10. 25. 21:22
숙제는 쌓여 가지만, 하기 싫어서 어제는 집에서 뒹굴뒹굴 했습니다. 밖을 보니 초승달이 옆으로 살짝 누워있기도 해서, 산책도 나갔다 왔지요~ 달님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얼굴도 맘도 예쁜 여학생이 카운터를 지키는 수퍼(아빠도 같이 하는)에도 들러 먹을 거 하나 사서 집에 룰루랄라 들어오는데, 귀여운 셋째 조카가 서 있네요~ 와우~

누나는 피곤해서 못가겠다며 뻗어 버리고, 조카는 신이 나서 저랑 놀기 시작합니다. 그 때 시각 8시 30분. 조카가 잠자러 간 시간은 12시네요. ㅎㅎ. 그리고 오늘 아침 "꼬끼오~" 하고는 9시에 저를 깨워서 집을 나가는 12시 반까지 이런 저런 걸 또 같이 하고 놀았습니다. 어제는 집중해서 잘 놀았더니 신나 하더만, 오늘 아침 살살 빠져나가면서 놀아주니 조카도 신이 안나는지 떼도 쓰다가 시무룩하다가 기분이 어제 같지 않네요.

원래 집에 늦게 들어가는 편이어서 최근 몇 년 동안 조카들이랑 노는 날이 많지 않았지만, 8월말부터 조카들이랑 좀 놀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아마도 8월 중순 봤던 책에서 받은 영향이 발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공한 회사의 CEO는 말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특히 9-10살 때 좀 더 같이 시간을 보냈으면 좋았을텐데. 아이들과 함께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좀 더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좀 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이런 것들을 할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10대가 되면서 친구들에 빠져 나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이제 나는 아이들이 있는 동료들에게 말한다.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라고.” 
- S. Hart, V. K. Hodson. Respectful parents, respectful kids.
오늘 누나랑 얘기하면서 누나도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아이들 어렸을 때 같이 안 놀면, 그 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구요. 사춘기 지나면 엄마랑 같이 안 다닌다고, 초등학교 4학년만 돼도 가족끼리 어디 놀러가자고 하면, 친구랑 논다고 안 간다고 한답니다. 음, 하루종일 같이 노는 것도 힘들 것 같고, 또 회사를 안다니고 아이와 노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참 어려운 거 같습니다. 

아내를 필요로 하는 사회구조에서, 아내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사회로 들어왔지만, 요상하게 요새는 맞벌이해도 녹록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그렇다고 다시 예전의 아내로서의 정체성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테고, 최근에는 '나는 나쁜엄마 입니다'라는 아이러니한 문구로 사회적 이슈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있습니다. 뒤돌아보건대 양육과 돈벌이를 기준으로 가늠해보면 맞벌이가 과연 그만큼의 효과는 있는지, 혹은 맞벌이로 인해 임금상승율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기만 한 것은 아닌지 하는 말들이 들립니다. 맞벌이에 대한 결과만 놓고 하는 이 말은 암시적을 유입대상과 중심대상을 분류해 놓았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사용될 기미가 상당히 높은 말로 저에게는 들립니다. 누가 칼자루를 잡느냐에 따라 해석되고 사용되는 방식이 달라지는 말이겠지요. 

음, 이야기가 길어지니 글 쓰는 시간도 늘어나네요. 아이를 기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짧다고도 할 수 있고,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그 부담이 적다고도 할 수 있는 하루를 조카와 놀고 난 소감은, 재미도 있고, 힘들기도 하고, 머리도 아프고, 눈도 뻑뻑해졌습니다. 하지만, 저랑 논 몇 시간 동안 보였던 조카의 모습은 요 며칠간 보이지 않던 활발하고, 신나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으니 뭔가 중요한 일을 한 거 같아서 보람차네요. 물론 저도 아이의 생기있는 모습과 밝은 모습, 그리고 동물처럼 팔딱거리는 모습도 봤습니다. 그냥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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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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