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에 대한 세 가지 입장.
먼저, 서구 상담에서...
우선 서구 상담에서는 건강한 자아의 성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정신분석이나 분석심리학은 이미 경험이 쌓이 성인들에게 보다 적합할 정도로, 성장 단계에서는 지난 날을 반추하기 보다는 성장 과정에서의 '자아 정체감' 이나 '자아 존중감' 등등의 건강한 특성들이 중요시 된다.
또 최근 가족 이론 학파에서 통찰했듯이, 관계 속에서의 경계에 대해서도, 서로의 경계가 유지되고, 경직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중요하게 여긴다.
이렇듯 서구 상담에서는 개인의 발달과 개인의 경계를 제대로 세우는 것을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다음으로, 어제 포교원장님 법문 들으며...
바로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다.' 라는 말을 머리로, 체험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여러 가지 수행전통들이 각기 나름의 방법으로 이 말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저런 수행들을 조금씩 맛보아서 그런지, 체험적으로 이해가 되진 않지만, 요새는 그냥 알 것 같다.
상대, 혹은 내 주변의 세계는 '나'가 투영된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하고 있는 행동은, 자신에게 하고 있는, 하게 될 행동과 유사한 것 같다. 무엇인가 꾸준히 다른 사람에게 주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어쩌면, 자신을 상대로 상정해 놓고, 자신이 받고 싶은 것을 계속 상대에게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혹은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예전에 자신이 함부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이 상황을 반복하면서, 어떤 답을 찾고자 하는게 아닌가 싶다. 자신이 그 순간에 제대로 아파하지 못해서 상대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거나, 한편으로는, 정말로 아프지 않은 것인지, 내가 아파하지 못했던 건 아닌지, 진실을 찾고 싶을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세계가 주변 사람들에게 투영되는 것이다.
그래서 '너'는 곧 '나'인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너'가 '나'라는 존재의 거울에 비춰진 것.
마지막으로, 마르틴 부버의 'I and Thou' .
'나-그것'의 관계로 볼 때 나 역시 '그것'이 되고, '너'를 '나-너'의 관계로 볼 때, 나 역시 '나' 가 된다는 역설! 다시 말해서, '너'가 있음으로, '나'가 있게 된다. 주체는 주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에 의해서만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교적 시각과 맞대어 볼 때, '그것'의 거울로 세상을 비추어 보면, 모든 게 '그것'으로 보이지만, '나-너'라는 '존재'의 거울로 세상을 비추어 보면, 모든 게 '존재' 로 보이는 것 같다.
이 세 가지 시각은 같은 차원에서 논의 되는 게 아니라, 비교하긴 어렵다. 그냥 이런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