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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2 머리속에 떠오르는 논쟁들...

중국 전통 의학과 인도 전통 의학에 관한 책을 한 권 번역하고 있는데, 도교에서 말한 문구가 자꾸 맴돌아 한 번 적어보려 합니다. 중간에 찾아볼 내용이 있어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도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나왔습니다. 
도(道)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도가 만물 생성의 총원리이니, 만물이 계속 변화하면서 도 또한 변하게 되고 영구 불변의 도가 있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름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어떤 진리나 깨달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보통 같이 등장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언어 이전의 세계"라든가,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것 등입니다. 

언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사람과 소설가와 같이 언어를 주무르는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총량은 다를 것입니다. 위에서 말하는 맥락은 아마도 이와 같은 어휘력 차원이 아니라, 언어의 차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종류라고 생각됩니다. 차원이 다른 것이지요. 언어가 부족하다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자, 그럼 저 "언어 이전의 세계" 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의 존재 유무는 나중에 따지더라도, 그리로 가려면 우리는 언어 표현력에 대해서 얼마나 배우고 익혀야 할까요? 언뜻 생각해 봐도, 언어는 그냥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익히면 되고, 그 세계로 가기 위한 것은 그 나름대로 익히면 되지 않을까요?

1. somebody 대 nobody 논쟁
그런데, 이와 비슷한 논쟁이 한참 전에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누릴 것을 누리는 삶을 사는 사람을 somebody 라 하고, 이런 삶을 넘어선 사람들을 nobody 라고 할 때, "somebody 가 되지 못한 사람은 nobody 도 될 수 없다." 는 말이 한창 유행했습니다. 즉, 평범한 삶도 다 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 너머의 삶을 사는 사람이 될 수 있겠느냐는 말입니다. 그래서, 깨우치기 전 속세에서 누릴 것을 누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게 되었었습니다~ 꼭, 음모론으로 보진 않는다 해도, "somebody 가 되지 못한 사람은 nobody 도 될 수 없다." 라는 주장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nobody 로 가려고 하는 somebody 들입니다. 자신들이 걸어가는 길이 반짝이는 것이지요~ 

이후 somebody 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nobody 로 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 두 주장이 오고가며 논쟁을 일으키다가, 현재는 somebody 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nobody 로 갈 수 있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판정승을 거둔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nobody 가 아닌데, nobody 인 것처럼 보이는 증상을 구분해 놓았습니다. 즉, 현실을 넘어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현실에 적응도 못하는 것입니다. nobody 와 엘리트 주의가 손을 잡을 뻔했지만, 다행히도 잘 결론이 났습니다.

실제로 '바이런 케이티'나 '에크하르트 톨레'처럼 수행을 하던 사람이 아니라, 우울증에 시달리다 어느날 갑자기 "나는 더 이상 나 자신과 함께 살 수 없어." 라고 회의하며 자신과 분리된 또 하나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언어를 간파해야 언어 이전의 세계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어 이전의 세계만 탐구해서는 언어를 사용해야 살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살기 힘듭니다. 꼭 somebody 가 되어야만 nobody 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nobody 가 되려고만 노력한다고 해서 nobody 가 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세상이 변화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nobody 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증산도에 다닌다는 주변 분에 대한 생각과 노자가 말한 '도' 가 머리에서 맴돌면서 자꾸 어지러웠나 봅니다. 증산도에 가서는 열심히 증산도하고, 증산도 밖에서는 다른 거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스레 도구와 목적으로 이야기가 옮아가는 것 같습니다. 너무 거창하게 얘기가 될까봐 저의 경험에서 다시 출발해야 겠습니다.

2. 도구와 삶 논쟁
중국의 전통 의학과 인도의 전통 의학에 대한 책에는 중국의 기본 철학과 인도의 기본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두 나라의 전통 모두는 이 세상에 깃든 원리를 알고, 그 원리를 통해 몸도 낫게 하고, 세상도 이해하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후에는 두 전통들 사이에서 오늘날 처럼 정보와 물자와 사람들이 계속 오고 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 커다란 체계들은 오늘날 비슷하면서도 참 다릅니다. 세상을 이해하려고 수 천년간 노력했지만, 똑같지 않습니다. 어떤 방법이 그 이해하려고 했던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도구 입니다. 각자 자신에게 가장 알맞는 도구가 있을 것입니다. 한편 때와 장소에 가장 알맞는 도구가 있을 것입니다. 저도 NVC 를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NVC 로 사는 것의 차이를 알고 기뻐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떤 것을 배워서 그걸 자신의 삶에까지 일치시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힘들면서도 이루고 싶은 바램이겠습니까. 그런데, 요새는 도구를 잘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계속해서 도구를 들고 있으면, 계속 그 도구를 사용해서 삶을 요리해 먹고 싶어질 테니까요. 

한편 이론이라는 것도 도구와 방향은 다르지만 삶과 관계하는 맥락은 같지 않을까 합니다. 가끔은 현실을 앞서나간 이론들에 대해서 다들 너나 할 거 없이 배우곤 합니다. 그 이론을 통해서 현실을 이해하고, 현실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이론은 매우 훌륭한 일을 합니다. 그런데, 한 발만 잘못 딛어도 이론은 이론대로의 방향으로 나가게 됩니다. 한발은 계속해서 현실에 딛고 있어야 하는 데 말이지요. 예전에 브릿지 프로젝트에서 페미니즘 세미나 하다가 제 고민의 지점은 "페미니즘이 삶을 압도하는지, 삶이 페미니즘을 압도하는지" 라는 말을 했다가, 그건 꼴펨들이 하는 말이 아니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골수 페미니스트라... 제가 그럴리는 만무하고~ ㅎㅎ 그냥, 도구나 이론이나 다 같이 공구함에 잘 넣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좋은 걸루다 골라 썼으면 합니다~

아~ 번역 진도는 안 나가고, 딴 생각은 계속 나고... 재미없는 일을 할 때에는 왜 이렇게 머리가 활성화 되는 것일까요? ㅎㅎ

Posted by 마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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