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8.20 조금씩, 조금씩 보입니다.

어제 읽은 책의 내용이 이상하게 계속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무엇이 정단하고 부당한지, 누가 나쁘고 착한지에 몰두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분석,판단,비난에 사용하게 된다...(중략)...
다른 사람의 말고 행동보다는 행동들 뒤에 숨겨진 충족하려고 하는 욕구를 생각하면 
좀 더 연민을 느끼고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 S. Hart, V. K. Hodson. Respectful parents, respectful kids.
자주 접했던 말이지만, 이 책에서는 선택의 자유란 맥락에서 생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기로 이 맥락에서 선택에 대한 자유는, 쇼핑몰에서 어떤 물건을 살지 선택하고, 오늘 무엇을 할지 선택하는 것을 넘어서, 외부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선택이 진짜 자유로 보입니다.

실제로, 그럴 것 같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외부 자극에 시달리니까요. 신나게 놀고온 날은, 집에서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해도 별반 큰 자극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저녁 거르고 힘겹게 집에 들어간 날은 어머니의 말들이 돌덩이처럼 저를 누르고, 목이 부어 삼키기 어려울 때처럼 크게 느껴지니까요. 

어제는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제가 겪었던 당황스러운 일들에 대해 늘어놓는 저를 보았습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귀 기울이기 보다는 언제 저 말이 끝날까 신경쓰면서, 제 얘기를 했었지요... 씁쓸했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가장 어머니에게서 견디지 힘든 부분인데, 그걸 제가 하고 있었네요. 뭔가 털어놓지 않으며 간질거리거나 얹힌것같아, 상대를 가리지 않고 그냥 쏟아내려는 그것... 한편으로 슬펐습니다. 상대의 기분이 어떤지, 상대의 상황이 어떤지보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또, 본인은 그걸 모르고 있다는 것에...

한 꺼풀씩 벗겨지는 것 같습니다. 가슴에 늘 힘이 들어가 언제든 반격 하려고 긴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힘든 것을 감지하기도 전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닥쳐왔다는 것을... 

자신의 생각과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알기 위해서는, 그것이 아닌 상태를 겪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A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간단하게 A가 아닌 것을 보면 됩니다. 물론 A와 Aa, Ab, Ac 등 A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가도 알 수 있지만, 배움의 순서상 거칠게 접근해서 세밀하게 나가는 것이 더 잘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챙김 훈련과 같은 명상에서는 지켜보라고, 알아차리라고 하면서 A하나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을 연습합니다. 하지만, 먼저 거칠게 A가 아닌 것을 맛보면 됩니다. 제 가슴이 딱딱하게 굳었다는 것은 가슴이 녹아 풀어지는 경험을 통해 대번에 알았고, 어머니에게서 내가 무엇을 힘들게 느꼈는지는 어머니와 평화롭게 지낸 경험을 통해 녹이 묻어나듯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외부 자극을 내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것, 내 머리에서 이루어지는 생각들에 대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이 두가지...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Posted by 마몸

최근에 올라온 글

카테고리

모두 (497)
We BLOG (353)
테라피 (79)
재능 찾기 (62)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