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리필의 미학

2009. 12. 8. 21:16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콜라 리필이 금지되었다가 허용되었다가 하기도 하고, 횟수제한을 두기도 합니다. 서비스와 좌석 회전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또 음료(?) 리필을 해 주는 곳은 어디가 있을까요?

우선 소주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 까르네스테이션이 떠오릅니다. 요새는 해산물 부페나 고기 부페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술을 리필해 주는 곳은 많지 않은데, 강남 까르네스테이션에서는 술을 리필해 주었었지요~ 술을 무제한으로 리필해준다... 어떠신가요? 배불리 술을 먹을 자신이 있는지, 먹고 나서 괜찮을지^^ 지금은 없어진 강남 까르네스테이션, 일하는 만큼 가져가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더 많이 갖고, 소비하고 싶은 욕망을 조금이라도 실현하는 곳은 아니었을까요?

지금도 술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국순당 백세주 마을에서는 백세주 데이를 정해서 일주일에 하루 그날만 생백세주를 여자 6,000원, 남자 9,000원에 무제한 이용할 수 있지요. 지점별로 날짜가 다르기도 합니다. 비가 오는 날은 막걸리데이 이기도 하네요. 술 제조업체라 가능한 마케팅 방법일 것 같은데, 그만큼 취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술, 콜라 말고, 커피를 리필해 주는 곳도 있습니다. 요새 무지하게 많이 생긴 카페들에서 리필해 주는 곳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 북카페 '토끼의 지혜'에서는 아메리카노를 리필해 줍니다. 오래도록 앉아서 책도 보고, 작업도 하며 계속 커피도 마실 수 있지요. 하지만, 커피도 취한다는 거~ 세 잔이상 마시면 머리가 띵~ 해 지지요. 카페에서 소비되는 것은 음료나 음식뿐만이 아니라, 카페에 온 사람의 시간인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카페에서 이용하는 시간동안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짧게 보면 그만큼 좌석 회전율이 낮아져 카페에 손실이 될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이런 시간의 가치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좌석 점유율은 올라가게 됩니다. 실제로 주말 오후 시간에는 50석이 훨씬 넘는 공간이 가득 찹니다. 여름에는 더워서, 겨울에는 추워서 더욱 그러하지요.

가게에서 재료를 무한정 제공하면 그만큼 손실이 생깁니다. 하지만 무한정 제공된다고 해서, 무한정 마실 수는 없습니다. 마시는 동안 계속해서 우리의 몸은 한계를 향해 달려가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우 가게에서 얻는 이득은 손실을 상쇄하게 될 것입니다. 제공되는 것이 재료가 아닌 시간일 경우, 가게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사람들은 얻게 됩니다. 회전율로 마진을 높이는 것보다, 서로의 가치를 함께 높여가며 마진을 높이는 것이지요. 이런 방식의 공간 소비가 맘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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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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