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스트레스

2008. 12. 22. 11:30
  이제 어느 정도 기억에 대해서 살펴보았으니, 기억과 스트레스와의 연관성으로 넘어갈 때가 되었다. 기억력에 대해서는 주로 해마와 연관지어 설명할 것이고, 스트레스와 관련해서는 변연계와 연관지어 설명할 것이다. 한편, 우리 신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조절 능력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생물심리학』(Biological psychology. 8th ed.) 에 나온 이야기를 적어본다. 우선 이전의 글들에서 장기 기억과 해마와 연관이 깊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특히 해마는 공간적인 기억과 연관이 깊다고 하는데, 런던의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를 뒷받침해준다. 런던 택시 기사 자격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관광객들의 수 많은 관심 지역과 기차역 부근의 입주내역을 상세히 외워야 하고, 가상으로 하는 운행 테스트에서 합격해야 자격이 발급되기 때문이다. MRI 영상으로 확인해 본 결과 택시 운전사들의 해마 뒤쪽이 평균적인 크기보다 더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택시 운전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후측 해마가 더 컸다. 이 결과를 통해 해마는 많이 사용할 수록 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해마는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줄어든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즉시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 된다. 이후 아드레날린으로 알려진 에피네프린이 부신 수질에서 방출되어 1시간 이상 몸에 영향을 줄 수 가 있다. 이런 반응은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감지할 뿐 만 아니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신체를 준비시키게 된다. 하지만, 세번째 반응은 좀 더 복잡하게 우리 신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경로로 알려진 스트레스 반응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 을 분비한다. 이는 하루나 일주일 정도 몸에 영향을 미치는데,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코티졸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속적으로 높은 코티졸 수준은 기억을 일시적으로 방해할 뿐 아니라, 해마에 있는 뉴런들의 취약성을 증가시켜, 뉴런들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해마의 손상은 다시 코티졸 수치를 높이게 되는 원인이 된다. 즉, 악순환이 시작 될 수 있는 것이다.
  
코티졸 수준의 증가 → 해마의 손상 → 코티졸 수준의 증가 → 추가적인 해마 손상 → 코티졸 수준의 증가

  또한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PTSD)과 해마도 연관이 된다. 극심한 충격을 받는다고 모두가 다 PTSD 의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것에 착안해 실험이 진행 되었다. 실험 결과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후에 6분의 1정도가 PTSD 증상을 보였다. 측정 결과 이들의 해마는 평균적인 사람들의 크기 보다 작았다. 해마의 크기가 PTSD 의 결과인지,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나 PTSD 희생자들의 해마가 작은 것이 코티졸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손상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PTSD 희생자들의 코티졸을 측정해 본 결과 사건 이후 정상 수준보다 낮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코티졸 수준이 낮아서 스트레스에 저항에 대항할 준비가 부족해 스트레스의 손상에 더 취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PTSD 의 경우 코티졸과 해마와 연관성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

  정리하면 해마는 조절될 수 있다. 풍부한 환경과 운동, 그리고 해마와 연관이 있는 학습 활동을 통해서 해마는 증가될 수 있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부신 스테로이드(adrenal steroids)가 분비되고, 나이를 먹으며 해마는 감소될 수 있다. 이제 스트레스에 대해서 다룰 때가 되었다. 다음 글 부터는 스트레스에 대해서 다뤄 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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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몸

해마에 대하여...

2008. 12. 16. 17:31
  『착각하는 뇌』에서 다룬 해마의 내용을 중심으로 적어본다. 꿈과 관련된 이야기, 세타파와 관련된 이야기, 우울증과 관련된 이야기, 재기억과 관련된 이야기를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방법과 지침을 알려주진 않지만, 기억력과 관계되는 이야기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근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전 글에서 해마가 장기 기억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깊은 잠을 잘 때 해마가 대뇌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얕은 잠을 잘 때 꿈을 꾸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조합하고, 깊은 잠을 잘 때 정보를 압축해서 전달한다. 여기서 적절한 수면이 기억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흥미가 느껴질 때 뇌에서는 세타파가 나온다고 한다. 이 세타파는 뇌를 감수성이 풍부한 상태로 만들어주는데, 이 세타파는 해마에서 나온다. 뇌의 다른 부위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될 때 해마에서 세타파를 방출하는 것으로 보아, 해마 단독으로 세타파를 만든다는 볼 수는 없다. 세타파가 방출되는 상황이 시냅스가 효율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자극 상황이 된다. 즉, 뇌가 감수성이 풍부한 상태에서는 세타파가 방출되어 시냅스가 효율적으로 변화될 수 있게 되고, 기억을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뇌과학 전공 학생이 말하길 '세타파 상태에서 외운 것은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고 했다. 호기심과 긴장으로 새로운 여행지에 첫 발을 내딛을 때만큼 뇌가 활성화 된 상태로 외우면 좋겠지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공부는 그렇지 못하기에 아쉽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학습 능력 향상에 대해서는 '학습동기', '공부방법', '시간관리' 라는 측면으로 바라볼 것이다.

  이제 우울증을 살펴본다. '우울증 치료제'로 '프로작'이라는 약이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뇌 속에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한데, 이 약을 통해 세로토닌을 많게 하는 것이다. 프로작이 하는 일은 뇌 속에 세로토닌을 공급해 주는 것이 아니고, 뇌 속의 세로토닌이 흡수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일이다. 신경전달물질이란 것은 뉴런 사이에서 화학적으로 정보를 전달한 후, 뉴런이 다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빨리 주변으로 흡수된다. 프로작은 세로토닌의 흡수를 지연시켜 우울을 개선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울증과 해마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우울증 치료제를 투입하면 해마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논문에 근거해서 우울증 치료제가 세로토닌에 영향을 끼치고, 이 영향이 돌고 돌아서 해마의 기능을 바꾸었기 때문에 우울증이 치료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해마의 기능을 높일 수 있다면, 기억 뿐 아니라 우울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나중에 스트레스와 관련해서 살펴보겠지만, 거꾸로 우울에 걸린 사람의 해마가 작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달라진 현재 상황을 더 이상 머리 속에 넣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추측도 하게 된다. 나중에 좀 더 근거를 대면서 이야기하면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기억의 과정에 대해서 살펴본다. 기억을 해낸다는 것은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단계로 되어 있다. 머리 속에 집어 넣는 과정(획득), 잊어버리지 않게 반복해서 외우는 과정(고정), 외운 내용을 꺼내는 과정(재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리가 많은 시간을 쏟는 부분이 아마 '고정'일 것이다. 영어 단어를 외웠는데 떠오르지 않는 상황은 '고정'이 안 되었을 수도 있지만, '재생'이 되지 않아서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2000년 기억의 네 번째 단계라는 놀라운 연구가 발표되었다. 기억의 네 번째 단계는 '재고정화'라고 한다. 기억을 재생하는 중에 유전자의 작용을 방해하게 되면, 재생된 기억은 이후에 뇌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즉, 기억을 저장하는 것 만큼이나 재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호하게 기억을 재생할 경우 정확한 기억까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 때 해마는 뇌의 기억을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기억을 고정하는 부분에 관여한다. 이런 재고정화의 특성을 거꾸로 이용할 수 있다. 뇌에 저장된 기억을 약물을 통해 지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기억의 재고정화에 대한 최신 연구를 다음 글에서 알아본다.
Posted by 마몸
   살아가면서 기억력은 여러 가지로 필요하다. 공부할 때 필요하고, 전문 기술을 습득하는데 필요하고, 사회 생활을 하는데 필요하다. 각기 필요한 기억의 종류는 조금씩 다르다. 공부할 때에는 암기나 정보를 체계화 하는게 중요할 테고, 전문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는 배운 것을 여러 상황에 적용하고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 생활에서는 단순한 기억부터 복잡하고 체계적인 기억까지 골고루 필요하다. 요새 같이 평생 교육의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하니 기억할 것들이 점점 많아지게 된다.

  '기억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울 수 있을까?' 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뇌에 기억이 저장되는 방법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뇌에 관한 연구는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계속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가 다 맞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기억에는 몇십 초간 유지되는 단기 기억과 평생 남기도 하는 장기 기억이 있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의 전화번호를 듣고 그 자리에서 핸드폰에 입력할 때에는 단기 기억을 사용한다. 좀 있으면 전화번호는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며칠 뒤에 그 친구에게 연락할 일이 생겼을 때 '만나서 전화번호를 듣고 그 자리에서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지' 하고 핸드폰을 뒤적이거나 곧바로 전화번호가 떠오른 다면 이는 장기 기억에 저장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서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기억되는 것일까?

  장기 기억에는 변연계(limbic system)가 관여한다. 변연계는 시상하부(hypothalamus), 편도(amygdala), 해마(hippocampus)로 이루어져 있다. 자세하게 용어를 나열하는 이유는 나중에 스트레스 관련된 글에서도 변연계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우선 시상하부는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인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편도는 감정적 기억에 관여하고, 특히 공포 기억을 관장한다. 해마는 3세 이후에 발달하고 편도는 태어나면서 부터 발달한다. 그래서 3세 이전에 놀랜 것은 편도에 무의식적으로 공포로 남아있게 된다. 해마가 이야기나 정보와 같은 사실적인 내용의 기억을 담당한다면, 편도는 감정이나 분위기 같은 것의 기억을 관장한다.

  마지막으로 해마가 없는 사람의 예시를 보면서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1953년 간질병을 앓던 한 환자는 해마와 측두엽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통해 간질병은 없어졌지만, 기억 기능에 손상이 생겼다. 이 환자를 대상으로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한 결과, 환자는 순간적으로는 기억할 수 있지만, 다음 번에 연구자를 만날 때에는 기억을 떠올릴 수 없었다. 즉,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이었다. 수술 이전의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도 있었고, 자전거 타는 법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수술 이전의 기억은 살아 있었다. 이를 통해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는 장소는 아니지만, 장기 기억으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한 번에 '단기기억과 장기기억', '『착각하는 뇌』에 소개된 해마', '강봉균 교수님의 연구 결과' 를 쓰려고 했는데, 벅차다. 하나씩 나눠서 쓰는 게 좋겠다. 벌써 새벽 4시... 다시 생활 리듬이 깨지기 시작하는 건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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