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오빠는 필요없다" 저자 간담회에 다녀왔다. 시간도 많지 않고 페미니스트도 아닌데 참가한 이유는 브릿지 프로젝트를 하니 머리에 여성주의 기름칠을 해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화여대에서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순 대학생들이 많이 왔다. 예전에 박미라씨 저자 간담회 할 때에는 안 그랬었는데... 대학생들의 진지함 때문일까, 내가 너무 어색해서 였을까... 언젠가부터 새로운 모임에 가도 잘 떨지 않게 되었던 것 같았는데, 이 날은 왜 이렇게 숨이 막히던지... 에헥에헥...

그래도, 그래도, 저자 전희경씨를 보고 와서 너무 좋았다. 왜냐하면, 전희경씨가 시타님이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현실의 작은 균열을 잘 파고 들어가 보면, 거대한 담론들이 충돌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론들에 아무리 살아있는 인간을 끼워 맞추려고 해도 안 맞춰지는 부분이 있고, 맞추려고 노력한 끝에 작게 나마 돌출된 부분이 균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타님은 그러한 균열을 드러내서 맹렬하게 논박해 주었었다.

나도 남자인지라 1999년 민주노총 포스터가 나왔을 때는 먼저 반응한 것이 아니라, 뒤늦게 이런 점들이 있었구나 하고 학습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그 시기 즈음 (남성 노동자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여성 노동자의) 정리해고에 합의한 1998년 현대 자동차 노조에 관한 글을 보고 놀랐다. 딴 나라 얘기 같기도 하고... 지금도 햇빛이 들어오는 어떤 방안에서 두 페이지 모아찍기 된 A4 종이를 넘기며 읽고 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 때 그 글을 쓴 사람이 "시타"님이었다.

계산해보면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은데, 아직도 대학생처럼 풋풋해 보이고, 상처 받으면 휘청휘청 거릴 것 같은 가느다란 몸을 가지고 있어 안스러웠지만, 시타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힘있고, 노련했고, 시타님다웠다. 이화여대 ECC도 가보고, 시타님도 보고, 가보길 잘한 간담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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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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