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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았습니다

2009. 3. 29. 05:01
오늘, 아니 지금은 새벽이니 정확히는 어제를 살았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한 번 들어보세요.

계속 바빠서 학교 수업에서 읽어야할 진도도 다 읽지 못하는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고대에서 열리는 통합의학학회에 가야하는데 또 늦잠을 자서 부랴부랴 챙겨서 나갔지요.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급행전철을 타고 가면서, 화요일 스터디 교재를 빨리빨리 읽어나갑니다. 한강철교를 지나가는 순간, 나는 왜 이 경치를 볼 여유도 없이 바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 고개를 돌려 내려다 본 한강~ 

아까 내가 앞질러서 개찰구를 들어갈 때 내 뒤에서 뭐라고 말하던 사람이 떠오릅니다. 개찰구 앞에서 카드를 찾으려고 기다리던 사람을 제가 앞질로 나갔었지요. 마침 제가 앞질러 들어가려는 순간 그 아저씨도 카드를 찾아서 손을 내밀려고 했지요. 마음에 걸렸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바쁜 사람인가 하고요... 오늘은 다른 사람의 담배연기가 구수하게 느껴집니다. 늘 그렇지만 제 마음이 담배를 필요로 할 때는 담배냄새가 구수하지요. 아저씨가 혹시 카드를 찾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면 어쨌을까요? 아저씨는 괜히 개찰구 앞에 서 있어서 혹시 자기가 방해가 되지 않았나 미안해 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담배 연기가 내 마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듯이, 내 행동도 아저씨의 마음에 따라 달라졌을 것입니다. 저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아저씨의 마음에 따라 마음이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저씨가 카드를 찾는 타이밍에 따라서요.

그렇게 길음역까지 가서 버스를 갈아타고 고대보건대학으로 들어갔습니다. 버스가 늦게 왔지만 차분히 스터디 교재를 읽으며 기다립니다. 학교안으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운동장에 대학생들, 아이들이 축구며 농구며 야구며 이런 저런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안내표지를 따라 통합의학학회 장소에 들어섰습니다. 늦게 가서 맨 뒤에 앉아 다른 좌석들을 둘러보았습니다.

갑자기 제가 왜 바쁜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계속 경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사람들이 있는 운동장을 지나서 이곳에까지 와서 사람들이 앉아있는 것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실은 계속 바쁘게 경험을 하고 있었지만, 제가 다 놓쳐버리고 살았었나 봅니다. 책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쁜 것은, 그만큼 제가 많은 경험을 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기뻣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쁜 경험을 찾아다니는 것 만큼 또 어리석은 일도 없겠지요? 그건 그냥 살아가다고 오는 경험 중에 하나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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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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